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僧肇와 性徹의 中道사상 비교 • 79
르는 실체가 없는 존재이다. 즉 범지는 一世에만 머물러 不遷으로 볼 수
도 있지만, 지금의 범지는 예전의 범지가 아니므로 실체성이 없이 空이
기도 하다. 비유하자면 영화 화면을 위해 필름이 빠르게 이동할 때 각
화면들은 매 순간 生滅하며, 이 순간적인 상호 사이에는 왕래 이동이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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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여 각각 一世에 머무르는 는 것과 같다. 즉 사물들이 서로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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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단계에 상대하여 서로 다른 것이 사물의 공성 이다. 그러므로 ‘한
순간’을 의미하는 一世에 머무른다는 것은 매 순간 그 실체성이 이어지
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 일상적 관점에서 보면 하나의 실체
가 계속 변화해 가는 것 같지만, 매 순간 순간 이어지는 실체란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승조는 不遷과 遷에 대해 不二적 입장이며 不遷과 遷을 구
분하여 不遷을 중심으로 삼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불천을
강조하는 것은 「반야무지론」, 「부진공론」에 제시된 非有非無의 般若
空에 대해 ‘空=無常’으로 집착할까 염려하여 이 무상에서 벗어나도록
다시 常을 강조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 점은 승조 저작의 또 다른 주
석가인 慧達이 “지금 遷을 말하지 않고 도리어 不遷을 말하는 것은 가
르침(「물불천론」)을 세운 본의로서, 다만 중근이 무상의 가르침에 집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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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것에 대해 말할 뿐” 이라고 한 데서 알 수 있다.
게다가 승조 자신이 “사물은 정해진 相이 없어 그 性이 비어 있다.” 22)
19) 黃爰平, 詹冬華(2008), 84.
20) 康特(2008), 13.
21) 『肇論疏』(X54, 866), “今不言遷, 反言不遷者, 入敎本意, 只爲中根執無常者說.”
22) 『注維摩詰經』(T38, 1775), “物無定相, 則其性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