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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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 『퇴옹학보』 제18집




            고 하며 性을 虛=空으로 보기 때문에 ‘사물 각각의 본성은 一世에 머문

            다’는 것은 불변의 性이 실체로서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明
            代 유명한 불교 논쟁에서 승조를 비판한 鎭澄에 반대하여 승조의 性空

            입장을 옹호한 眞界가 “과거와 현재가 이미 항상 존재하여 움직이지 않

            으니, 곧 사물들은 각각의 性이 一世에 머문다. 그러나 이는 이미 과거
            와 현재는 인연의 생겨남에 그 性이 없어서 遷이 곧 不遷이므로 '머문다'

            고 한 것이다. 곧 性이 머문다는 것은 性이 없음을 性으로 삼고 머무름
                                                      23)
            이 없음을 머무름으로 삼은 것임을 알 수 있다.” 라며 승조의 不遷을
            遷으로 설명한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승조는 ‘일반인들의 常 부정 → 무상 → 無常 부정 → 常 →
            ...’의 순환적 고리를 계속 이어간다고 할 것이다. 이는 특정의 유 혹은

            무, 특정의 정 혹은 동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는 중도의 연결 고리이다.

            용수가 ‘불래불거=공’을 통해 실체의 집착을 부정하면서도 동시에 ‘공=
                                            24)
            無常’의  집착을  경계하며  다시  空空 을  말한  것처럼,  不遷으로서의
            常은 이 空空에 해당할 것이다. 승조가 비유비무를 말하면서도 동시에
                                                              25)
            “유도 아니고 非有도 아니며, 무도 아니고 非無도 아니다.” 고 한 것도
            용수의 空空을 말한다. 常을 부정하지만 그 부정을 통해 다시 常을 말한





            23)  『物不遷論辯解』, (J54, 880), “古今旣常存不動, 則各性住於世矣. 然此旣以古今緣生無性,
               遷卽不遷而言住. 則知性住是以無性爲性, 無住爲住.”
            24)  “空이 모든 번뇌의 병을 멸하지만, 空이 다시 번뇌가 될까 염려하므로 空으로써 空을 버
               린다. 이를 空空이라고 한다”(『大智度論』 (T25, 1509), 「卷三十一」, “空滅諸煩惱病,恐空
               復爲患,是故以空捨空,是名空空.”
            25) 「般若無知論」(「劉君致書覈問」)(T45, 1858), “非有非非有, 非無非非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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