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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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 『퇴옹학보』 제18집
이 점에서 반야는 단순하게 무지로만 설명되지 않고, ‘無知=知’를 통
해 無知는 다시 知로 소환된다. 즉 “반야는 무지이기 때문에 알지 못하
80)
는 것이 없다. 무지의 앎을 곧 일체의 지라고 한다.” 는 것이다. 따라서
81)
“知가 무지이고 무지가 知” 인 것이 된다.
이와 같이 무지를 다시 知로 불러들일 수 있는 것은 반야의 다음과
같은 특징 때문이다. 즉
“ 반야는 유를 유로 여기지 않습니다. 유를 유로 여기지 않기 때문
에 유는 유가 아닙니다. 유는 유가 아니기 때문에 무는 무가 아닙
니다. 무는 무가 아니기 때문에 성인은 유도 아니고 무도 아닙니
다. 유도 아니고 무도 아니므로 그 신묘함은 텅빈 것입니다.” 82)
“ 오묘하고 형상이 없으므로 있다고 할 수 없고, 쓰면 쓸수록 더욱
무궁하므로 없다고 할 수 없다. 없다고 할 수 없으므로 성인의 지
혜는 존재하고,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명교는 사라진다.” 83)
즉 반야는 언어나 형상으로 특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無의 특징이 있
지만 무궁한 관조 작용을 한다는 점에서 無라고 할 수 없으므로, 집착
80) 「般若無知論」(T45, 1858), “聖心無知, 故無所不知. 不知之知, 乃曰一切知.”
81) 「般若無知論」(T45, 1858), “知卽無知. 無知卽知.”
82) 「般若無知論」(「劉君致書覈問」)(T45, 1858), “聖心不有有. 不有有, 故有無有. 有無有故, 則
無無. 無無故, 聖人不有不無. 不有不無, 其神乃虛.”
83) 「般若無知論」(T45, 1858), “微妙無相, 不可爲有, 用之彌勤, 不可爲無. 不可爲無, 故聖智存
焉, 不可爲有, 故名敎絶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