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고경 - 2016년 8월호 Vol.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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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달아야만 부처다
                   공(空)의 세계, 이(理)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중생이 부처
                 와 같은 지혜와 덕상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색 (色)의 관점, 사

                 (事)의 관점, 현실적 측면에서 보면 깨닫지 못하면 중생은 그
                 저 중생일 뿐이다. 성철 스님은 중생의 무한성을 누누이 강조
                 했지만 깨달음의 증득이라는 과정을 거쳐야만 지혜와 덕상
                 을 구현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런 이유로 스님은 언제나 확

                 철대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깨달음 없이는 부처로 살아가
                 려 해도 그렇게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공의
                 세계, 근원적 관점에서 말한 ‘번뇌가 곧 보리’이고, ‘중생이 곧
                 부처’라는 무분별 (無分別)의 진리를 통해 모든 중생이 부처라

                 고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한다.
                   중생은 완성을 향해 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향해 이미
                 도달했다고 말하면 그들이 지향할 피안이라는 목표는 사라
                 지고 만다. 굳이 애써 수행할 필요도 없고, 깨달음을 위해 노

                 력할 필요도 없고, 그냥 부처로 살면 된다는 결론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처가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부처로 살 수
                 있겠는가? 물론 중생도 부처님의 삶을 따라가는 보살의 실
                 천은 가능하고, 부처님이 가신 길로 따라가는 바라밀의 삶은

                 가능하다. 그렇게 보살행을 행하고, 바라밀행을 실천하는 것
                 이 행위의 종교로써 불교가 제시하는 신행이다. 수행과 깨달
                 음 없이 부처로 사는 것에 대한 성철 스님의 다음과 같은 말
                 씀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2016. 08.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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