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고경 - 2016년 8월호 Vol.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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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을 찾아 남쪽으로 떠나라는 지시를 받게 된다. 그리하여
보현 보살을 만나기 위한 선재 동자의 남쪽 순례의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이런 뜻에서 선재 동자를 남순동자(南巡童子)라
부르기도 한다.
필자는 지난 봄 학기에 한 대학의 철학과에서 불교철학 강
의를 진행했는데, 과제 가운데 하나로 『화엄경』에서 선재 동
자가 만난 53명의 선지식 가운데 한 명을 고르고, 그 이유와
소감을 적어내도록 한 적이 있다. 30명 정도의 학생들이 대부
분 다른 선지식을 선택해서 그에 대한 자신의 감상을 적어냈
는데, 많은 학생들이 비슷하게 반응한 지점이 있었다. 이는 선
재가 찾아다닌 선지식들의 직업이 너무도 다양하고 평범하다
는 점이었다.
선지식이라는 용어가 주는 일종의 선입견 때문에 이들을
고상한 성직자나 학자로 먼저 떠올릴 수도 있을 테지만, 『화
엄경』에서는 출가자뿐 아니라 뱃사공, 의사, 바라문, 동자, 동
녀 등의 매우 평범하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선지식으로 등장
한다. 평범한 일상을 떠나 지고한 진리를 따로 발견할 수 없
음을 묘사한 『화엄경』의 기술에 젊은 학생들이 크게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 마음의 확장으로서의 선지식
『화엄경』은 1500년 전쯤 중국에서 세 차례 번역되었다. 이
후 많은 불교학자들이 「입법계품」에 나오는 선지식들에 대해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해왔는데, 영명연수 스님 역시 이에 대
해 자신의 고유한 감상과 평을 붙여놓으셨다. 그것은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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