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고경 - 2018년 8월호 Vol.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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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 현학·불학의 전개단계를 구분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21)
하안·왕필의 귀무론貴無論
정시현학의 대표자는 하안(190~249)과 왕필(226~249)이다. 하안은 후진
의 대장군 하진의 손자이자, 조조의 사위였다. 이들 사상의 핵심이 『진서晉
書·왕연전王衍傳』에 기록되어 전한다.
“위나라 정시 연간에 하안과 왕필은 『노자』와 『장자』에 관한 주
석注釋을 지어 말했다: ‘천하의 만물은 모두 무無를 근본으로 한
다. 무라는 것은 만물의 이치에 두루 통하는 것이자 공功을 이루
는 것이며, 존재하지 않는 곳이 없다. 무에 의지해 음과 양의 변
화가 있고, 무에 의지해 만물이 형성되며, 현명한 사람은 무에
의지해 덕을 펴며, 현명하지 못한 사람도 무에 의지해 어려움을
면하고 몸을 지킨다. 비록 높은 벼슬[爵]을 가지지 않았음에도
무의 작용은 귀하고 귀한 것이다.’ 왕연은 이 말을 중시했지만,
배위는 이 말에 반대해 글을 지어 비판했다. 그러나 왕연은 그
21) 현학의 단계 구분과 관련해 탕이졔湯一介는 하안·왕필을 중심으로 한 정시시기, 혜강·완적을 중심
으로 한 죽림시기, 배위·곽상을 중심으로 한 원강시기, 장담張湛을 중심으로 한 동진시기로 구분했
다. 湯一介著, 『郭象與魏晉玄學』(第三版), 北京:北京大學出版社, 2009, p.85. 장따이녠이 중심이 되어
편찬한 『中國哲學大辭典』의 시기 구분도 탕이졔湯一介와 비슷하다. 張岱年主編, 『中國哲學大辭典』,
上海:上海辭書出版社, 2014, p.155. 반면 위뚠캉은 정시현학(하안·왕필의 귀무론 현학), 죽림현학(완적·
혜강의 자연론 현학), 서진현학(배위의 숭유론 현학·곽상의 독화론 현학), 동진불현佛玄합류시기(육가칠종·구마라집·
승조·도생) 등으로 나누었다. 余敦康著, 『魏晉玄學史』, 北京:北京大學出版社, 2004, 目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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