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고경 - 2018년 8월호 Vol.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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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혹은 도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노자』·『주역』·『논어』 해석
에 있어서는 왕필이 하안보다 더 빼어
났고, 독창적인 점도 많았다. 『세설신
어·문학 제4』에 전하는 “하평숙(하안)
이 『노자주』를 완성하고 왕보사(왕필)를
찾아갔다. 왕필의 주注가 너무 정묘한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깊이 탄복하며
말했다. ‘이런 사람이라면 하늘과 사람
왕필.
사이의 일을 함께 토론할 수 있겠다!’
27)
그리고는 자신의 주석을 『도덕이론』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는 기록에서
저간의 사정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왕필은 특히 무를 본체론本體論적인
도道로 해석했다. 이는 왕필이 지은 『논어석의論語釋疑』에 남아있는 “도道라
는 것은 무無를 말하는 것이다. 무는 통하지 않음이 없고, 무로 말미암지
않음이 없다. 하물며 무를 도라고 말하는 것은 텅 빈 본래 그대로의 모습
이어서 형체가 없고, 모양으로 만들 수 없다. 이 도道는 형체로 드러낼 수
28)
없기에, 다만 마음과 뜻으로 흠모할 따름이다.” 는 구절에서 분명히 확인
할 수 있다. 아무튼, 무에서 유가 나오고 무가 바로 도라는 하안과 왕필의
이론은 발생론·생성론生成論·실체론實體論적인 의취意趣가 강하다.
27) [南朝宋]劉義慶著·張萬起等譯注, 『世說新語譯注』, 北京:中華書局, 1998, p.168.
28) [西晉]王弼注·樓宇烈校釋, 『王弼集校釋』, 北京:中華書局, 1980, p.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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