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고경 - 2018년 8월호 Vol.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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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설명했듯이 자연과 명교는 위진 시기 개념을 분류할 때 자주 사용
됐던 한 쌍의 철학적 범주範疇다. ‘자연自然’이라는 말에는 여러 가지 뜻이
담겨 있었다. ‘자연스럽다’는 뜻의 자연; 만물존재의 근거라는 의미의 자연
즉 도道; 우연偶然이라는 의미의 자연; 필연必然이라는 뜻의 자연 등등. 대
체적으로 존재의 상태, 만물존재의 근거라는 의미 즉 도道의 또 다른 명칭,
본체本體·근본根本이라는 뜻으로 자연이라는 말을 주로 사용했다. 반면
명교名敎는 삼강·오륜 등 사회생활의 준칙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이 때문
에 유가는 명교를 숭상했고, 도가는 자연을 근본으로 여겼다.
완적·혜강은 본래 자연과 명교의 결합을 추구했다. 이상적 자연 질서
에 근거한 도덕 질서 확립을 주장했다. 완적은 「통노론通老論」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하늘과 사람의 이치에 밝고, 자연의 분수에 통달했으며, 다스
림과 교화의 본체를 꿰뚫고, 크게 삼가는 가르침을 깊이 살핀
이가 바로 성인이다. 그래서 임금과 신하는 손을 내려 맞잡아
[예절이 있었다] 본래 그대로의 질박함을 온전히 갖추었고, 백성
들은 기뻐하며 성품의 본성과 현실의 목숨의 조화를 보전했다.
도道라는 것은 저절로 그러함을 본받아 변화하는 것이니, 제후
와 왕이 능히 그것을 지킬 수 있다면 만물은 장차 저절로 교화
될 것이다. 이것을 『주역』은 태극太極, 『춘추』는 원元, 『노자』는
도道라고 불렀다.” 30)
30) [三國魏]阮籍著·陳伯君校注, 『阮籍集校注』, 北京:中華書局, 2015, pp.159~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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