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고경 - 2018년 8월호 Vol.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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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행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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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를 중시하는 하안과 왕필의 현학사상[貴無論]이 인용문에서 분명히 드

           러난다. “천하 만물은 모두 무를 근본으로 한다.”는 말이 그것이다. 『세설

           신어·문학 제4』에 “하안은 어려서부터 기이한 재주가 있었으며 『주역』과
                                     23)
           『노자』를 말하는 데 뛰어났다.”  『삼국지·위지·조진전』에 “(하안은) 어렸
           을 때부터 재주가 뛰어나 유명했다. 『노자』와 『장자』의 말을 좋아했으며,

                                                         24)
           『도덕론』과 여러 문文과 부賦 등 수십 편을 저술했다.”  『삼국지·위지·
           종회전』에 “처음, 종회가 어렸을 때 산양 사람 왕필과 함께 이름이 알려졌
           다. 왕필은 유가와 도가의 이치를 잘 논했고, 글 쓰는 재주가 있고 변론도
           뛰어났다. 왕필은 『주역』과 『노자』에 주석을 달았으며, 일찍이 상서랑에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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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되었고, 나이 20여 세에 세상을 떠났다.” 는 등의 기록을 통해 하안과
           왕필이 『노자』·『장자』·『주역』 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내용 해
           석에 뛰어났음을 알 수 있다. 무가 만물의 근본이라는 생각은 왕필이 주석
           한 『노자』제40장 주注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천하의 사물은 모두 유有로써

           생겨나지만, 유의 시작은 무無를 근본으로 한다. 유를 온전히 하고 싶으면,

           반드시 무로 돌아가야만 한다.” 고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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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록 높은 벼슬을 가지지 않았음에도 무의 작용은 귀하고 귀한 것이다.”는
           구절에서 무는 인격신人格神도 의식意識도 아니며, 다만 사물이 존재하는







           22)  [唐]方玄齡等撰, 『晉書』卷43「王衍傳」, 北京:中華書局, 1999, p.814.

           23)  [南朝宋]劉義慶著·張萬起等譯注, 『世說新語譯注』, 北京:中華書局, 1998, p.167.
           24)  [晉]陳壽撰·[南朝宋]裵松之注, 『三國誌』卷9「曹眞傳」, 北京:中華書局, 1999, p.219.

           25)  [晉]陳壽撰·[南朝宋]裵松之注, 『三國誌』卷28「鍾會傳」, 北京:中華書局, 1999, p.591.


           26)  [西晉]王弼注·樓宇烈校釋, 『老子道德經注』, 北京:中華書局, 2011,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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