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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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대승의 성격과 주요 내용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 구마라집이 번역
한 경전들이 이들에게 새로운 안목을 열어주었고, 수준 높은 식견識見을 가
져다주었다. 의미가 분명하게 드러난 번역과 읽기 편한 문장에 모두들 매
료됐다. 질質과 양量이라는 두 측면에서 그 누구도 감히 따라올 수 없는 업
적을 구마라집이 남겼다. 남조 양나라 스님 승우(僧祐. 445∼518)도 이를 극
찬했다. 그가 510∼518년 편찬한 『출삼장기집·권1·호한역경문자음의
동이기胡漢譯經文字音義同異記 제4」에 찬문讚文이 실려 있다.
“(역경이)법사 구마라집에 이르러 준수하고 신묘해져 마치 황금
처럼 빛났다. 후진의 스님 도융·승조의 지혜는 물로 만든 거울
처럼 맑았다. 능히 문장으로 내용을 드러냈고, 경전의 깊은 뜻
을 자세하게 밝힐 수 있었다. 여기서, 대승의 신묘한 말이 밝은
빛처럼 환히 드러났다.” 4)
찬사讚辭가 지나쳐 보일지 모르나 구마라집의 업적을 받쳐주기엔 오히
려 부족하다. 구마라집의 번역이 있었기에 중국인들은 붓다의 교설을 제
대로 연구하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구마라집은 도대체 어떤 태도
로 역경譯經에 임했을까? 산스크리트어와 중국어 실력이 뛰어나 번역을 잘
한 것인가? 교의敎義에 정통했기에 역경의 정상頂上에 오를 수 있었을까?
아니면 우수한 한인漢人 제자들이 중국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을
3) 呂澄著, 『中國佛學源流略講』, 北京:中華書局, 1979, p.86.
4) “逮乎羅什法師, 俊神金照, 秦僧融肇, 慧機水鏡, 故能表發揮翰, 克明經奧, 大乘微言, 於斯炳煥.” [南朝
梁]釋僧祐撰·蘇普仁/蕭鍊子點校, 『出三藏記集』, 北京:中華書局, 1995,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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