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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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다. 인도어와 중국어에 모두
능통하고 게다가 신중한 태도로
번역에 임했기에 양나라 승우가
“(역경이) 법사 구마라집에 이르러
준수하고 신묘해져 마치 황금처
럼 빛났다.”고 찬탄해 마지않았
던 것이리라.
「대품경서大品經序」는 당시 구
마라집의 번역장飜譯場 출입에 큰
제한이 없었다는 사실도 알려준
다. 확정되지도 않은 번역문을
필사해 마음대로 유포한 사람도
사진 2. 도서출판 운주사가 출간한 있다는 기록에서 저간의 사정을
『역경학 개론』.
짐작할 수 있다. 역장譯場 출입이
자유롭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제자들이 스승의 허락도 없이 마음
대로 해적판海賊版을 만들어 유통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도적판盜賊版을
만든 그들을 승예僧叡는 점잖게 꾸짖고 있지만 비非정상적인 방식으로 자
기를 선전하고 싶어 하는 이들은 예전에도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니 “의미
를 마음대로 더하고 뺀, 말과 글이 서로 어긋나고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
을 담은 『대품경』 판본版本을 유출했으리라.
“교정에 교정을 해도 미진함이 발견됐다.”는 「대품경서大品經序」의 기록
에서 번역은 역시 어려운 작업임을 알 수 있다. 아니, 탁월한 역경가 구마
라집은 이미 번역의 한계를 알고 있었다. 사실 번역은 아무리 잘해도 번역
에 지나지 않는다. ‘원문原文을 만들어 낸 문화’와 ‘원문에 배인 독특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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