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5 - 고경 - 2019년 2월호 Vol.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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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라집이 수많은 경론을 번역함으로 말미암아 중국불교의 여러 종

            파가 직접 간접으로 성립되고 보조 받는 일이 발생하여, 일찍부터 학계에
            서 그의 번역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졌다. 구마라집의 번역은 표면적으로

            그 달의적達意的인 역어譯語로 유명하지만, 그 이면裏面에는 사상이나 학
            설의 체질개선이라는 성향이 스며들어 있어, 원어原語의 본래 의미를 더

            듬어보아야 비로소 개량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추적하
            는 게 용이하지 않다는 것을 몇몇 학자는 실토하였다.




              3. 대승경론의 중요성 인식시켜

              중국 삼론학의 교학은 인도 중관학파 용수의 중관학을 수용하여 전개

            한 것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인도의 학설과는 다른 면모 독특한 뉘앙스가
            풍긴다. 이 분야에 대한 연구는 학계에서도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러한 견해를 부분적으로 표출한 학자들이 일부
            존재한다. 중론의 역어 중에는 구마라집이 녹여낸 독특한 개념의 용어가

            더러 발견된다. 그 중에 하나인 실상實相이란 용어를 찾아본 학자는, 거기
            에 해당하는 산스크리트 원어는 한 가지가 아니라 많아서 규정하기 곤란

                         7)
            하다고 하였다.
              다른 연구자는 중관학설의 차이에 주목하여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였

            다. 곧 “라집역羅什譯에는 때로 지극히 대단한 의역意譯이 있는 것을 알게








            7)  Richard H. Robinson, Early Mādhyamika in India and China, Motilal Banarsidass, Delhi,
             1978,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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