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 - 고경 - 2019년 2월호 Vol.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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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사이에 공역共譯했다.
이 두 주석서는 모두 길장 이후에 역출되어 길장은 열람할 수가 없었
다. 오늘날 연구자들의 평가에 따르면, 둘 다 한역 문장이 난삽하기로 유
명하다고 하는데, 삼론학의 대가 길장 이후에 누가 있어 해독하기 난처한
후대의 주석서에 주목했겠는가?
설령 시공을 넘나들어 입수했다 하여도 삼론학설을 수립하는 데에 필
수적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그 저서들 모두 중요한 주석서들이
고, 이후 별도로 연구할 필요도 있지만, 길장이 전하는 여러 삼론학설의
대부분은 고삼론古三論과 신삼론新三論 학자들의 학설에 기반 하여 주장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길장 이전에 『중론』을 주석한 70명의 대가들이 있었
다고 전하지만, 그들 모두 구마라집역을 텍스트로 삼아 해석한 것들이며,
길장 시대에도 그러했다.
삼론학파 말고도 『중론』을 참고하여 연구한 중국불교 다른 학파의 몇몇
걸출한 학자들도 구마라집 역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면 관계상 생략
하지만, 한국의 삼국시대에 저술된 몇 가지 『중론』 주석서도, 수백 년간 유
지된 일본 삼론종에서 저술된 많은 주석서의 경우도 사정은 동일하다. 이
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동양 삼국의 삼론학 및 중관학 연구에 있어 라집
역을 대체할 수 있는 주석서는 아마 있지 않을 것이다. 위대한 역경가를
넘어 구마라집을 초기 중관학자로 보아도 좋을 정도가 아니겠는가.
박상수朴商洙 동국대 불교학과 졸업. 동대학원 불교학과에서 「용수龍樹의 화엄사상華嚴思想 연구」로 박사
학위 취득. 동국대 불교학과 강사 역임. 동국대에서 『한국불교전서』 제13권과 제14권(『유가사지론기』)
공동 교정 편찬. 고려대장경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돈황불교문헌 공동 연구. 번역서로 『삼론현의三論玄
義』와 고려대장경의 한글 번역본 몇 가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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