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6 - 고경 - 2019년 4월호 Vol. 72
P. 156

대표하는 유명한 명제는 왕필이 제창한 ‘괘상을 얻었으면 말을

                잊어야 한다[득상재망언得象在忘言]’ ‘의미를 이해했으면 괘상을 잊
                                         16)
                어야 한다[득의재망상得意在忘象]’  등이다. 이것은 『장자』 「외물」편
                에서 얻은 ‘의미를 이해했으면 말을 잊어야 한다[득의망언得意忘
                言]’는 구절에 『주역』에 나오는 ‘말은 의미를 다 드러낼 수 없다[언

                부진의言不盡意]’와 ‘괘상을 세워 의미를 다 드러냈다[입상진의立象盡
                意]’는 구절 등을 덧붙여 의미를 확대하고 파생시킨 것이다. 얼

                핏 보기에, 반야이론이 말하는 소위 무상無相·방편方便은 망상
                忘象·망언忘言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이 관계는 특히 지겸이

                                          17)
                다시 번역한 『대명도경大明度經』 과 연관되어 있다. 『대명도경』
                제1권에 ‘붓다가 가르친 의미를 체득해 증명한다[득법의이위증得法

                意以爲證].’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에 대해 지겸은 ‘말로 증명했기
                에 당연히 본무로 돌아가야 한다[유언증이由言證已, 당환본무當還本

                無].’라고 주석注釋을 붙였다. 이것은 ‘괘상을 얻었으면 말을 잊어
                야 한다[득상재망언得象在忘言]’ ‘의미를 이해했으면 괘상을 잊어야

                한다[득의재망상得意在忘象]’는 견해와 매우 비슷하다.
                한편, 왕필이 반야사상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지겸

                은 한나라 말기 낙양에 거주했는데, 지참(지루가참)의 제자인
                지량支亮에게서 배우다 전란을 피해 강남으로 내려갔다. 지겸

                이 『대명도경』을 번역한 것은 강남으로 간 이후의 일이다. 일








           16)  이 말은 왕필의 저서 『주역약례周易略例』 「명상明象」조에 나온다.
           17)  『대명도경』은 지루가참이 한역한 『도행반야경』을 다시 번역한 것이다.


           154
   151   152   153   154   155   156   157   158   159   160   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