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6 - 고경 - 2019년 7월호 Vol.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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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4가지의 패턴이 보인다. 그 가운데 두 가지 ‘순관順觀 / 역관逆觀’은 연

           기지의 생기와 소멸을 나타내고 있다. 뒤의 둘 ‘왕관(자연적 순서) / 환관(역
           적 순서)’는 연기지가 연접하는 방향성, 즉 귀결로부터 하나하나 근원인으

           로 인과를 더듬어 가는 방향과 근원인으로부터 귀결로 인과를 순차적으
           로 더듬어가는 방향을 보이는 것이다. 후자의 두 가지 패턴에 대하여 본

           서의 “지地의 문文”에서는 왕관, 환관이라는 기무라의 호칭을 채용한다.
             사이구사 미츠요시三枝充悳는 왕관을 ‘심리과정을 그대로 자연적으로

           더듬는’ 경로라 하고, 환관을 ‘앞의 것을 반성하여 논리화 한’ 경로, ‘적
           어도 전자前者로부터 유도된 표현’이라고 정리하고 있다(「연기의 고찰 ―

           idapaccayatā로부터 pratītyasamutpāda로―」 『印度學佛敎學硏究』 第6卷第2号).
             이것은 매우 알기 쉬운 추정으로, 확실히 최초의 물음은 “무명이란 무

           엇인가”라고 하는 관념적인 것이 아니라, “왜 노사가 있는가”라는 절박
           한, 마치 육감肉感을 동반하는 듯한 고에 대한 관점이다. 기무라 다이켄

           도 “물론 원시불교의 정신에서 보면, 그 중요성이 있는 것은 어느 쪽인
           가 하면 왕관의 쪽으로, 환관의 쪽은 요컨대 그 논리적 귀결에 지나지 않

           는 것은, 연기에 관한 여러 경문의 교설방식에 비추어 보아도 의심할 수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사실적 세계관」 제5장 4절) 왕관에서는 노사의 원인

           을 찾은 결과, 무명이라는 원흉元凶이 튀어나오는 경로가 그려지고 있다.
           이 자연적인 사색의 프로세스에 대한 정리의 정비가 이루어지는 속에 무

           명으로부터 설해져서 인과를 순차적으로 더듬어 노사에 이른다는 환관의
           배열로 바뀌어, 전장에서 본 『우다나』 등의 초기경전에 기록되어 있는 ‘환

           관―순관’, ‘환관―역관’으로 조합된 12지연기가 성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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