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7 - 고경 - 2019년 7월호 Vol.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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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2-10] 하지만 현재 12
잊혀진 12지연기의 초발初發
지연기가 설해지는 대다수의 경
우 환관만이 거론된다. 왕관을 설명하는 일은 거의 없다. 아마도 『우다
나』, 『대품』 등의 성도成道의 기술에 따른 결과일 것이지만, 거꾸로 예를
들면 연기에 대한 이해가 얕은 불제자인 아난에게 붓다가 ‘조건지워 일어
난다’는 것의 진의를 왕관의 수순으로 간절히 가르치는 『대연방편경』 등
의 설명은, 현재로서는 그다지 주의해 보지 않는다. 이 경의 내용을 살펴
보기로 한다.
“‘무엇인가 특정特定한 것을 성립조건[연]으로 하는 것에 의해
늙는 것·죽는 것老死이 있는 것인가’라고 만약 그렇게 질문을
받는다면, 아난이여, ‘(그것은 그와 같이) 있다’라고 대답해야 한
다. ‘무엇을 성립조건으로 하여 늙는 것·죽는 것이 있는가’ 라
고 만약 그와 같이 질문을 받으면, ‘태어나는 것을 성립조건으
로서 늙는 것·죽는 것이 있다’라고 대답해야 한다”(「생성의 유래
에 대한 큰 경 ― 대연방편경」 『原始佛典 第二卷 長部經典 II』 春秋社)
환관과 같이 근본원인(12지연기라면 무명)으로부터 순서를 따라 설명해
가는 것이 아니라 “늙는 것, 죽는 것은 왜 있는가” 라는 물음이 기점이 된
다. 좀 더 말하면 “왜 우리들은 늙어 빠지는가. 그리고 죽지 않으면 안되
는가.” 라는 절실한 실존의 문제로부터 붓다의 내관 성찰이 시작하는 것
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계속하여 같은 물음을 반복하면서, 근본원인에 이른다. 이 경
은 9지연기를 설하는 것으로, 이하 생(태어나는 것), 생존(유), 집착(취),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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