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9 - 고경 - 2019년 7월호 Vol.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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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에 의해 생기하는 피조건의 지분이지만(식→명색), 동시에 6처의 성립

            조건으로서의 지분이기도 하다(명색→6처).
              (3) 단 이것은 시간적 변화 속에 현상하는 시간적 인과가 아니라, 논리

            적, 동시적인 인과이며, 각각의 지분은 모두 현재에 동시로 있고, 또 그
            런 까닭에 일거에 전체를 나타낸다.

              (4) 따라서 부분을 보면, 상위의 지분과 하위의 지분은 조건―피조건의
            관계에 있고, 피조건이 조건이 되는 상의의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고 이해

            할 수 있다.



            우이의 연기관은                      [p.126-11] 우이는 더욱 나아가 “근
          ‘중국 화엄철학’적                    본불교에서는 우리들 신심身心의 것을

            세계라고도 우주라고도 인생이라고도 하는 것으로, 이 신심이 행, 유, 명
            색 또는 명색식 어느 곳에도 다 포함된다”라고 까지 말한다. 그래서 “세

            계는 완전히 식의 통일 하에 상의성을 이루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렇
            게 12인연의 뜻은 세계의 상의를 분명히 하는 것에 있는 까닭에, 나는 12

            인연설을 상의설이라고도 칭한다”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前揭書).
              마츠모토 시로松本史朗는 이와 같은 연기 이해를 초기불교의 그것이 아

            니라 “중국화엄철학의 ‘시시무애時時無碍 중중무진重重無盡’의 연기를 설명
            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평하고 있다(「연기에 대하여 ― 나의 여래장

            사상 비판」  『駒澤大學佛敎學部論集』 第17号)
              다케우치 요시노리도 동일하게 ‘후세의 화엄철학의 방식과 같은 것’을

            예상하고 있다(「연기설에 있어 상의성의 문제」 上揭). 또 이것은 아카누마 치젠
            과 후나하시 잇사이가 주창한 “일체법인연생의 연기”설(제1장, 제4장을 참

            조)과 아비달마불교의 4연설 가운데 ‘증상연增上緣’과도 가깝다. ‘증상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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