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2 - 고경 - 2019년 8월호 Vol.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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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메타레벨을 획득한다는 것이다. 인용문 중의 ‘보다 높은 차원의 입
장’이라는 것은 통상의 가치관에 있어서 ‘높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기
인식과 존립규칙도 포함하는 전 영역을 대상화 할 수 있는 레벨이라고 이
해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무명을 연으로 한다는 것은, 명에 대하여 무명의 영역
을 한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한정이 행의 연인 것이다. 행
은 존재의 법에 있어서 구극의 통일원리이지만, 그 통일하는
영역은 필경 한정된 영역에 지나지 않는다.”(「실천철학」 제2장 연
기설 제6절)
이 인용문 가운데 ‘한정한다’ ‘한정’이라는 어구에는 주의를 요한다. 와
츠지는 이렇게 쓰고 있다. “가령 빨강을 보는 것은 빨강이 그 자신을 푸
름이나 노랑과 구별하는 것으로, 구별하는 것은 행이 자기를 한정하는 것
이다.”(和辻 前揭書) 여기에서 ‘한정’은 분절과 같은 말로, 시차성示差性에 있
어 즉 타자와 차이에 있어 대상을 인식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면 사상을 ‘한정한다’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불교윤리사상사』에
서는 식이라고 하고 있다. 식이 요별하고, 구별하고, 한정하는 것이다.
“눈앞의 장미꽃이 장미꽃으로서 다른 꽃이나 잎사귀와 구별되
는 것 ― 이 구별이 없으면 장미꽃은 존립할 수 없다 ― 에 착
안해 말하면, 이 장미꽃은 구별되어 있는 것이다. 요별되어 있
는 것이다. 그리하여 일반적인 현상의 사물은 요별되어 있는
한에 있어서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요별 일반 즉 식을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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