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7 - 고경 - 2019년 10월호 Vol.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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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 원인으로부터 생기고 괴멸하는 것인 갖가지의 형성된
것(제행)을, (자신과는 다른) 타자의 것(나의 것이 아닌 것)으로 간주
해, 나는 모든 번뇌를 버렸다. 나는 청량하며 평온한 자가 되
었다.”(『尼僧の告白 テーリーガーター』 岩波文庫)
후나하시는 ‘갖가지 원인으로부터 생기고’라는 구절에서 ‘연기의 도
리’를 발견하고, ‘괴멸하는 것’이라는 구절에서는 무상을 발견하고 있다.
그리고 “갖가지 원인으로부터 생긴 것인 까닭에 괴멸한다.”, 즉 ‘연기인
까닭에 무상’이라는 이치라고 말하고 있다.
“즉 말하자면, ‘원인으로부터 생겨난 파괴되어야할 것인 제행
을 다른 것(즉 무아)이라고 보고……’, ‘인연소생의 법인 까닭에
무상이며, 무아’라는 의미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고 나는 보
지만, 그와 같이 보는 것은 그다지 무리한 견해는 아닐 것이
다.”(舟橋<3>[하])
사이구사는 이 지적에 대하여, ‘원인으로부터 생긴’ 것과 ‘파괴되어야
할’ 것의 두 개가 ‘제행’과 함께 단순히 병렬되어진 것일 뿐으로, “그 사이에
‘인 까닭에’라는 논리관계를 넣어 읽어야 한다는 것은 단정할 수 없는 일이
다.”라고 반론한다. 단 여기에서 사이구사는, 후나하시설에 일보 양보한다.
“그와 같은 병렬적인 독해, 해석도 가능하다는 것을 남겨두고
싶은 것이 나의 생각이다.”(三枝<4>[4])라는 조심스런 태도를 보
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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