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1 - 고경 - 2019년 10월호 Vol.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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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이라는 것이 자주 설해져,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생멸, 변
화하여 동일하게 머무는 일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본래 생멸
과 변화는 무엇인가가 동일하게 머무는 것을 전제로 하여 성립
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면 운동(공간적 위치의 변화)이라고 하면
공간의 동일성, 불변성이 전제가 되듯이.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무상이라는 등의 교설은 본래 그 의미를 갖지 않는다.”(永井, 藤
田一照, 山下良道 『<佛敎3·0>を哲學する』 春秋社)
그렇다. 무상은 무엇인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무상은 여
기에서 나가이가 상정하고 있는 듯한 ‘개념’이 아니다. 의미의 바깥에 있
는 절대적인 사실이 무상인 것이다. 진정한 죽음은 의미의 바깥에 있는
사실일 수밖에 없듯이(따라서 언어는 진정한 죽음을 표현할 수 없다. ‘죽음’이라는
말이 가리키는 것은 모두 거짓이다. 진정한 죽음은 언어의 지시대상으로서의 자격을 단
적으로 박탈하고 있다.) 진정한 무상도, 모든 개념들의 상대성 속에서, 그 전
체의 의미를 생성시키는 일은 없다. 즉 무상은 사유의 영역에는 없고, 언
어를 뛰어넘어, 개념적 존재로서 성립하지 않는다. 제1장에서 보았듯이,
붓다는 범천梵天의 권청勸請을 받았을 때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내가 감득한 이 진리는 실로 심원하고, 보기 어렵고, 이해하
기 어렵고, 적정하며, 뛰어나며, 사고의 영역이 아니며, 미묘
하여, 현자에 의해 알려져야 할 것이다.”(방선 인용자, 「성스러운
것의 탐구―성구경聖求經」 『原始佛典 第4卷 中部經典 I』 春秋社)
나가르주나는 『공칠십론』13절 “무상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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