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1 - 고경 - 2019년 11월호 Vol.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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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어 간파하기 곤란한 점도 있다. 이런 성향이 있어, 당나라 초기 풍성한
이론과 매력적인 설명으로 무장한 법상종法相宗과 화엄종華嚴宗의 등장에
밀려, 종전에 누리던 불교학설의 주인 자리를 잃게 된 하나의 원인이 되
었을 것이다.
현장과 원측으로 대변되는 법상종 등의 등장으로 삼론종이 쇠퇴하였
다는 학자들의 견해에 필자는 전부 동의하지는 않는다. 공설空說 일변도
로 강설하던 인도의 중관파는 유식학파가 흥기하고도 오히려 유식학파보
다 더 오래 존속하였다.
삼론학은 기본적으로 인도에서 성립된 여러 『반야경』과 중관학 논서
들의 사상을 관통하는 내용을 연구하고 축적한 중국 한국 일본의 학설들
이다. 삼론의 학설을 경유하지 않고 『반야경』의 색즉시공色卽是空을, 『중
론』의 일체법공一切法空을 때로 이치적 논리적으로 깊이 있게 음미할 수
있는가? 삼론학은 거기에 대하여 답변을 제시해 놓았으나, 잘 파악되지
않고,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 학설의 대성은 길장에서 이뤄졌지만 그
정점에 자리하고 있는 학설의 원형 대부분은 직접 간접 승랑과 연계되어
있다.
추가할 것이 하나 더 있다. 승랑은 본래 삼론학 외에 화엄에도 능통하
였다는 사실인데, 이 점은 예전에 발표된 논문 같은 데서 간단히 언급되
었다. 그러나 그 외에 『삼론조사전집』에 수록된 『사론현의』에도 그러한 내
용이 기록되어 있다. 승랑의 『화엄경』 이해와 삼론학설의 상관관계는 미
답의 분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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