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고경 - 2019년 11월호 Vol.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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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절이란 불공 가르치는 곳이라고. 불공은 밖에 나가서 해야 하며 남
을 돕는 것이 불공이라고. 그리고 「행원품」 이야기도 많이 하였습니다. 그
랬더니 많은 사람이 그 말을 듣고 기뻐하였습니다. 법문을 마치며 봉암사
로 돌아왔습니다. 며칠 후에 부산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그때는 각 도道
마다 종무원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경남 종무원에서 긴급회의를 했다는
것입니다.
“절에서 하는 것은 불공이 아니고, 절은 불공하는 것을 가르쳐 주는 곳
이라 하고, 불공이란 남을 돕는 것이라 했으니 결국 이것은 절에 돈 갖다
주지 말라는 말인데, 그러면 우리 중들은 모두 굶어죽으라는 소리냐. 그
말을 한 중을 어디로 쫓아 버려야 한다고 야단들이니 앞으로 다시는 그런
소리 하지 말아 달라.”는 것입니다. 조금 있으니 서울에서도 누가 내려왔
습니다. 서울의 총무원에서 똑같은 내용의 회의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말할까? 당신들 뜻대로 하자면 부처님께서 영험하고 도
력 있으니 누구든지 돈 많이 갖다 놓으면 갖다 놓을수록 복 많이 온다고,
절에 돈벌이 많이 되는 말만 해서 자꾸 절 선전할까? 당신도 천년, 만년
살 것 같나? 언제 죽어도 죽는 건 꼭 같애. 부처님 말씀 전하다 설사 맞아
죽는다고 한들 무엇이 원통할까? 그건 영광이지! 천하의 어떤 사람이 무
슨 소리를 해도 나는 부처님 말씀 그대로를 전한 것뿐 딴소리는 할 수 없
으니, 그런 걱정하지 말고 당신이나 잘 하시오!”
우리 대중 가운데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없습니까?
“방장 스님은 법문 해달라고 했더니 결국 우리 먹고 살지도 못하게 만
드는구나. 절에 불공 안 하면 우리는 뭘 먹고살란 말인가?”
걱정 좀 되죠? 나도 걱정이 조금 됩니다.
물론 우리 해인사 대중뿐 아니고 다른 곳에서도 이런 생각 할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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