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 - 고경 - 2019년 12월호 Vol.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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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의 종자에서 생긴 것이며, 마음[識]속에서 현현顯現한 것이라는 입장에
서 모든 인식[앎]은 마음이 마음을 본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보는 주관
적인 부분을 견분見分, 보여지는 객관적인 부분을 상분相分이라고 합니다.
이것을 『성유식론』에서는 “識體轉似二分[식 자체[자증분]는 이분(二分, 견분과
상분)으로 사似하여 전轉한다]”이라고 표현합니다. 설명을 첨가하자면 ‘식 자체
[자증분]가 전변하여[식전변識轉變] 견분과 상분의 둘로 나누어진다’는 뜻입
니다. 다시 말해 식은 인식작용[인식주체]인 견분과 인식대상인 상분으로
나눈 것입니다. 앞에서 말한 식이란 심왕과 심소를 포함합니다. 그러므로
안식 내지 아뢰야식 및 51가지 심소 모두는 견분[인식하는 것]과 상분[인식
되는 것]으로 나누어진다는 것입니다.
『유식삼십송』에서 아뢰야식은 ‘종자’와 ‘유근신’을 상분[대상]으로 삼는
다고 합니다. 종자는 ‘본식[아뢰야식] 중에서 친히 결과를 생기시키는 공능
[힘, 에너지]’이라고 지난 호에서 정의했기 때문에 생략하겠습니다. 유근신
有根身이란 ‘근(根, 감각기관)을 가지고 있는[有] 신체[身]’라는 뜻입니다. 유
식에서는 유근신을 오색근五色根과 근의처根依處로 나눕니다. 이처럼 감
각 기관을 뿌리 근根이라고 한 것은 식물의 뿌리가 영양을 빨아들여 줄기
를 생장시키고 열매를 열리게 하듯이, 뿌리는 식물을 생성시키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감각기관을 ‘근’이라고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입
니다. 본래 근根은 범어로 ‘indriya’라고 하는데, ‘indriya’는 인드라indra
신의 강력한 힘을 형용화시킨 것입니다. 이 근根을 안근·이근·비근·
설근·신근의 다섯 가지로 구분하여, 오색근 또는 정근正根이라고도 합
니다. 그리고 근의처는 ‘색근을 돕는다’는 의미로 부근扶根이라고도 합니
다. 예를 들어 눈[眼]의 각막이나 수정체 등은 감각기관입니다. 그런데 불
교에서는, 이러한 감각기관은 2차적인 것이고 보다 깊은 곳에 진정한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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