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0 - 고경 - 2020년 1월호 Vol.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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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스님 달빛을 탐내어 山僧貪月色
한 항아리 가득 물과 함께 길어 갔네 幷汲一甁中
절에 도착하면 응당 깨달으리라 到寺方應覺
항아리 비우면 달빛 또한 비게 되는 걸 甁傾月亦空
우물에 비친 달빛이라는 허상에 주목하여 불교의 핵심인 공과 연기의
문제를 형상화 하고 있는 압권의 시이다. 산승이 우물에 비친 달빛을 진
상으로 오인하고 물병에 물과 함께 병속에 담아 가지만, 암자에 이르러
물병의 물을 비우면 그 달도 함께 텅 비어 공空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
다. 즉 달빛이 허상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자연물인 달빛도 탐하
는 마음으로 대하면 병통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수행자가 마음 밖에
서 불성을 찾을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 이미 내재된 불성을 깨달아한
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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