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5 - 고경 - 2020년 1월호 Vol.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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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서양 문화, 서양의 학문적 방법론과 연관 없이 논의할 수 없는 근대

            의 산물인 것이다.



              불교의 역할



              중국 근대 시기에 불교가 맡은 역할은 매우 독특하다. 아편전쟁(1840
            년)과 청일전쟁(1894년)으로 대변되는 서양 제국주의의 침략과 그로 인한

            민족주의의 위기를 본질로 하는 중국 근대에서, 동서 문화의 충돌이라는
            상황 앞에서 불교는 서양 철학에 대항하는 사상적 무기로서의 역할을 수

            행하였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중국의 근대 불교는 동서 문화 교류의 계
            합점으로 작용하였다는 특징을 가진다.

              서양사상이 새로운 시대 사조로 대두하게 되자, 근대 이전의 사회 이
            데올로기로 강력한 영향력을 지속해온 주자학에 눌리고 있던 불교와 양

            명학이 다시금 일어나게 되었다. 주자학은 세계와 인간을 동일한 영역으
            로 파악하고 동일한 메카니즘인 리理의 실현으로 파악하는 사상이다. 근

            대에 들어와 서양에서 자연과학이 들어오면서 동양 전통 과학인 역학曆學
            및 천문학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등 자연과학 분야에서 밀리게 되자,

            세계와 인간을 동일한 방식으로 보는 주자학으로는 서양에 대응하기 부
            족하다는 인식이 동양의 지식인들 사이에 생겨나게 되었다. 그리하여 동

            양이 서양보다 자연과학 측면에서는 떨어지더라도, 심성론 등 윤리학이
            나 철학적인 측면에서는 부족함이 없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라도 주자

            학을 폐기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근대에 들어와 주자학에 대
            한 대안으로 대승불교가 발전하였고, 인간의 심성만을 주요 관심으로 삼

            았던 양명학이 득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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