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7 - 고경 - 2020년 1월호 Vol. 81
P. 147
후 서양철학의 유입에 대응하는 최상의 방법으로 생각하였고, 이와 동시
에 근대성의 중심이라 할 개인의 주체성을 강조하였다.
둘째는 전통 중국불교의 옹호이다. 불교가 인도에서 태동해서 중국으
로 들어온 뒤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 전파되었고, 불교의 모국인 인도
에서는 힌두교에 밀려 사라져버렸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
로 불교가 중국에 전파된 것은 기원 전후의 일로서, 실크로드를 통해 들
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국 불교는 인도 불교가 중국에 들어
와 천 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성공적으로 변화한 ‘중국화한 불교’인데, 그
핵심적인 내용은 연기관의 변화이다. 이 때 ‘중국화’하였다는 의미는 인도
불교의 연기론이 진상심(眞常心, 眞心), 또는 자성청정심自性淸淨心 사상으로
변화하는 과정이다. 현상계의 모든 현상이 진심, 또는 진여에 의거하여
생겨난다고 보는 이러한 변화된 관점을 ‘진여연기’라고 한다. 전통 중국불
교는 이 진여연기론에 근본을 두고 있고, 이러한 특징이 서양의 충격에
대응하는 동양의 우수성의 근거라고 보는 일군의 학자들이 등장하였다.
셋째는 불교의 유학화이다. 유식불교를 추종하는 학자들과 중국 전통
불교를 옹호하는 학자들 간의 논쟁은 많은 철학적 논의를 불러일으켰고,
보다 독창적인 제3의 길을 여는 계기가 되었다. 그것이 불교의 유학화를
시도한 현대신불교, 또는 현대신유학의 등장이다. 그 대표적인 인물인 웅
십력의 저서 『신유식론新唯識論』은 유식불교를 비판하되 유식불교의 논리
와 용어를 그대로 활용하여 전통 중국불교를 유학화시킨 철학이다. 제국
주의라는 서양의 도도한 악의 물결이 동양을 침범한다고 해도 동양의 바
탕은 불교의 불성론佛性論, 유학의 성선론性善論을 통한 인간 긍정과 현실
긍정에 있으며, 동양은 결국 도덕의 측면에서 서양보다 우월하다는 것이
다. 이러한 세계관에서는 현실세계 외에 피안의 또 다른 세계는 없으며,
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