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3 - 고경 - 2020년 2월호 Vol. 82
P. 153
언名言을 관찰 분석하는 이치와 지혜의 양(量, tshad ma)으로 찾아낸 대상
[境, don]이 세속제의 정의이다. 거짓, 세속제, 명언제tha snyad bden pa 등
은 의미가 같다. 승의를 관찰·분석하는 양量으로 찾아낸 대상이 승의제
의 정의이다. 공성stong nyid, 법성chos dbyings, 원성실성, 승의제, 진제
yang dag mtha’, 진여de bzhin nyid 등은 같은 의미라고 유식파는 주장한다.
승의제라면 모두 자상rang gi mtshan nyid으로 성립되지만(승의제라면 자
성·자상이 있다), 세속제라면 모두 자상自相으로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의
타기성은 자상으로 성립되지만 변계소집의 법chos들은 자상으로 성립되
지 않기 때문이다(변계소집은 모두 언어에 의해 임시적으로 존재하는, 허망한 분별
에 의해 나타난 존재들이다). 허망한 존재brdzun pa라도 거짓으로 존재하는 것
은 아니다(아무 것도 없는 데서 나타난 것은 아니다). 의타기성은 허망한 존재지
9)
만 경험계經驗界에서는 진실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거·현재·미래의
삼세 및 완전부정(전체부정, med dgag)의 설정방식’jog tshul은 경량부·유식
파·(중관)자립논증파가 일치한다.
(隨經行)유식파는 ‘색色 등 오경(五境, 색·성·향·미·촉)은 외경外境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오경은 아뢰야식 중의 공통적인 것과 공통적
이지 않은 업의 습기의 힘으로, 내부의 식識의 실체rdzas 위에 나타나는
9) 유명한 새끼 끈의 예를 들어보자. “밤에 어떤 것을 뱀으로 오인했다. 알고 보니 새끼 끈이었다.”에서,
새끼 끈 자체는 인연으로 생긴 존재이므로 의타기성을, 본래 없는 뱀을 있는 것으로 오인한 것은 변
계소집성을, 뱀이 아니고 새끼 끈이며 그것이 짚으로 엮은 것이고 사라질 존재임을 아는 것은 원성실
성을 각각 상징한다. 여기서 변계소집성은 허망한 존재지만 완전히 아무 것도 없는 데서 나타난 것은
아니다. 새끼 끈에 대해 심식이 그릇되게 분별分別한 데서 나타났다. 그래서 “허망한 존재라도 완전히
아무 것도 없는 데서 나타난 것은 아니다.”는 것이다. 의타기성인 새끼 끈 역시 짚이 있기에 만들어질
수 있었음을 고려하면 “거짓이라도 경험계의 실제 사물에 의거해 (의타기성이) 존재한다.”는 유식파의
주장을 이해할 수 있다.
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