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4 - 고경 - 2020년 2월호 Vol.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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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진상유식파는 ‘색 등 오경은 비록 외경은

           아니지만 알아볼 수 있는 정도로 이뤄진다’고 설명한다. 반면 유식가상파
           는 ‘오경이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이뤄진다면 외경이 성립하는 것이 된

           다, 따라서 오경은 외경이 아니므로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성립하지 못
           한다’고 주장한다.

             (1-2) 유경有境에 대한 주장. 수경행隨經行유식파는 팔식八識을 주장하
           며, 아뢰야식을 보특가라의 사례라고 말한다. 수리행隨理行유식파는 의식

           (의식, yid kyi rnam shes)을 보특가라의 사례라고 주장한다. 아뢰야식은 내
                                                 10)
           부의 번뇌(습기)에 연緣해 행상(行相, rnam pa) 을 차별하지 않으며, 본성
                                                  11)
           은 무부부기(無覆無記, ma bsgribs lung ma bstan) 이며, 오직 심소(心所, sems
                                                  12)
           byung)와 더불어 오변행(五遍行, kun ’gro lnga) 과만 상응하며, 견고하고
           지속적인 주체의식으로 세밀하게 분별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무부와
           유부有覆 가운데 무부무기이며, 선근善根이 완전히 끊어진 마음에도 존재

           하기에 선은 아니다. 상계(욕계·무색계)에도 있기에 불선不善도 아니다. 번
           뇌에 물든 말나식nyon yid는 아뢰야식에 대해 완전히 나라고 생각하는 작
                                                                   13)
           용을 한다. 본성은 유부무기이며, 나머지 여섯 전식(轉識, ’jug shes) 의 안
           립방식(安立方式, 교리)은 일반적인 설명과 동일하다.







           10)  마음의 작용을 말한다. 행상에는 ①행行은 마음을 향하게 하는 것, 상相은 이를 받아들이는 것; ②분
              별심이 대상을 이해하는 작용의 상태; ③수행하고 있는 자세, 수행의 특질 등의 의미가 있다. 여기
              서는 ①과 ②의 의미로 사용됐다.

           11)  무부무기는 깨달음을 방해하거나 덮는 일이 없는 무기를 말한다. 혹은 비록 번뇌에 쌓여 있지 않고
              선이라고도 악이라고도 명기할 수 없는 것을 가리킨다. 정무기淨無記라고도 부른다.
           12)  온갖 마음의 현상에 반드시 따라 일어나는 다섯 가지 심리작용을 말한다. 작의作意, 촉觸, 수受, 상想,

              사思를 가리킨다.
           13)  전식轉識은 각자의 대상을 향해 곧바로 인식하지만 의식 속으로 돌아오지 않는 식識을 말한다. 안

              식·이식·비식·설식·신식·의식 등 여섯 식이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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