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7 - 고경 - 2020년 4월호 Vol.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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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에 끼친 영향은 대단했다. 에도 시대 국교의 지위를 누렸던 일본 불교
계에 가장 먼저 ‘검은 구름’이 몰려왔다. 덴노를 우상화하고 토착종교인
신도神道를 국교화國敎化하기 위한 ‘첫 수手’가 불교탄압이었다. ‘혁명정
부’는 1868년 3월17일과 3월28일 그동안 관습처럼 이뤄져왔던 신불습합
神佛習合 대신 불교와 신도의 분리[神佛分離]를 명령하고, 신사神社의 불상
과 불구佛具를 없애고 출가자들을 환속시키라는 「신기사무국 공표문 165
호」와 「태정관령 196호」를 각각 발표했다. 이후 ‘불상을 뒤엎고 불교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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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침을 훼손’하는 ‘폐불훼석廢佛毁釋’이 일본 전역을 강타했다. 신도 국교
화 작업도 착착 진행됐다.
막부타도파들은 왜 신도를 국교화하고자 했을까? 이유는 크게 두 가
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덴노를 앞세운 정권의 권위를 확립하기 위해서였
다. 덴노의 신권적 절대성을 강조해 쿠데타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싶었다.
둘째는 ‘신도神道 제일주의第一主義’라는 사상적 목적을 위해서였다. 막부
타도와 문명개화를 내세웠던 메이지 정부는 서양문물을 수입하기 위해서
는 개국 정책을 시행해야 했다. 자연히 기독교(천주교)가 널리 전파될 가능
성도 높아졌다. 기독교에 대항할 민족적 규모의 의식 통합이 필요했다.
4)
대안으로 신도 국교주의적인 체제가 제기됐다. 그런데 정치적 사상적
측면에서 추진되던 ‘신도 국교화’에 대한 큰 장애가 내부에 도사리고 있
다고 메이지 정부의 학자들과 관료들은 파악했다. 에도 시대 이래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던 불교가 그것이었다. 그 힘을 약화시키기 위한 폐불
3) 폐불훼석의 구체적 진행상황에 대해서는 야스마루 요시오 지음·이원범 옮김, 『천황제 국가의 성립
과 종교변혁』, 서울:소화, 2002, pp.143-187을 참조하라.
4) 야스마루 요시오 지음·이원범 옮김, 『천황제 국가의 성립과 종교변혁』, 서울:소화, 2002,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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