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 - 고경 - 2020년 4월호 Vol.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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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잠시 여인숙에 머무는 것이요, 본래 오고 가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니

            죽음을 슬퍼하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선상禪床에 앉아 ‘설본무설說本無
            說’이라 설하고, 입적하였다. 수중에 있는 지팡이 하나가 그 일생을 통해

            얻은 깨달음의 징표임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저승의 길을 마치 소
            풍가듯 떠나가고 있는 선사의 담대한 모습에서 고향을 향해 가는 가벼운

            발걸음 소리를 듣는 듯하다. 생사의 두려움이 없는 경지에 이르지 않고서
            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기쁨의 노래이다. 티끌과 정토가 둘이 아니라 하

            나라는 ‘천지일향’의 깨달음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경주 남산 탑곡마애불상군, 보물 제201호. 통일신라, 박우현 거사 2019년
                  11월11일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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