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1 - 고경 - 2020년 5월호 Vol.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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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그로부터 지혜가 성취된다. 그래서 믿음은 11가지 선심소 중에 하얀
마음을 대표하는 첫 번째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가지 부끄러움
선심소의 둘째와 셋째는 참慚과 괴愧인데, 이 두 심소를 합쳐 참괴심慚
愧心이라고 한다. 여기서 참은 자참自慚의 뜻으로 스스로 부끄러워 할 줄
아는 마음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기를 바라는 시인처럼
스스로 부끄러움을 알아서 양심적이고 도덕적인 마음이 참이다. 반면 괴
는 참타愧他의 의미로 남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참이 자기 양심과 결부된 것으로 자신의 내면적 문제라면 괴는 겉으로 드
러난 행위에 대한 타인의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성철 스님은 이 두 심소에 대해 “참은 남이 있든 없든, 남이 알든 모르
든 내가 스스로 부끄러운 생각을 내는 것”이라고 했다. ‘군자는 혼자 있
을 때도 삼가 해야 한다’는 논어의 가르침과도 통하는 내용이다. 반면 “괴
는 다른 사람을 대할 때 그 사람을 보고 내가 이런 허물을 지었으니 부끄
럽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이 스스로 자신의 부끄러움을
아는 능能의 측면이라면 괴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 부끄러움을 알게 되는
소所의 의미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두 가지 부끄러움에 대한 내용은 『잡아함경』 47권에 실린 「이
정법경二淨法經」에도 나오는 가르침이다.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두 가지 깨
끗한 법[二淨法]’이 있어 세상이 보호된다고 하셨다. 그 두 가지란 ‘자기 자
신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것[慚]’과 ‘남에게 부끄러워하는 것[愧]’이다. 만
약 세상에 이 두 가지 깨끗한 법이 없다면 세상은 부모·형제·자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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