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8 - 고경 - 2020년 10월호 Vol.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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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우주 공간의 모든 현상이 늘 변화하고 덧없이 지나가는 것이기에, 스
           님은 현상에 집착하지 말고, 영겁을 쓰고 남을 보석[마음]을 잘 찾아서 크
           게 쓸 것을 당부한다.

             『화엄경』에는 “법공양이란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수행하는 것이며, 중생을

           이롭게 하고 구제하려는 보살의 뜻을 저버리지 않는 것이며, 보리심을 잃지
           않는 것”이라 했다. 성우 스님은 어느 회상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발우를 폈
           다가 학인 스님들이 탁발하여 대중공양을 낸 것을 알고 업이 될 것이라 하여

           무거운 마음으로 발우를 거두었으며, 또 고암 종정께서 달여 준 차를 마신게

           마음의 큰 빚으로 남아 있음을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
           는 수행자가 어떻게 공양을 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준다.



                어느 회상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발우를 폈다가

                운문사 학인들이 탁발하여 대중공양 낸 것이라기에
                무거운 마음으로 거두었다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 고암 보살이

                달여 주는 차를 홀짝 홀짝 먹은 게
                큰 빚으로 남았음을 이십여 년 지나고야 알 것 같다



                이른 봄볕 머금고 흘러가는 석간수 한 사발이

                참으로 좋은 공양임을…


             대접 받으려는 생각은 기득권에 대한 집착이고, 기득권에 대한 탐욕임

           을 깨닫게 해 준다. 수행자가 공양의 대상이 된다고 자만해서는 안 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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