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9 - 고경 - 2020년 10월호 Vol. 90
P. 139
철저하게 자기를 낮추는 모습이 역력하다. 수행자의 사상과 정신은 하늘보
다도 높을 만큼 고준해야겠지만, 마음가짐과 행동거지는 겸허하게 낮추어
야 한다는 스님의 올곧은 수행자세가 그대로 묻어난다. 수행자가 분에 넘
치는 공양을 받으면 업이 된다는 것이다. 하여 진정으로 좋은 공양은 이
른 봄볕 머금고 흘러가는 “석간수 한 사발”이라는 말에는 율승의 사표로
서의 검박한 수행정신이 담지 되어 있다.
봄철이 되면 산하대지에 물이 흐르고 수많은 꽃들이 피어나며 새가 지
저귄다. 이 모두 진여의 모습으로 법음을 노래하고 불법의 꽃을 피운다. 한
때 성우 스님이 주석했던 파계사를 품은 팔공산에도 갖가지 꽃들은 아름
다움을 지니며, 뽐내지도 않고, 다투지도 않으면서 저마다의 자리에서 자
신의 향기를 피웠을 것이다. 이 거대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자연의 장엄
함, 이것이 바로 화엄華嚴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지극히 소중하다는 것
을 스님은 「화엄의 바다」 연작시에서 이렇게 담아내고 있다.
보아라 저 아름다운 푸른 보석 광채를
들어라 저 은밀한 고요의 작은 소리를
오늘도 마음자리에 웃고 있는 돌부처.
불법이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붉은 꽃, 푸른 산, 고요하게 들려오는 소
리 등 자연 그대로 만물 속에 완연히 드러나 있다. 때문에 새의 지저귐이
나 계곡물 소리, 짐승의 울음까지도 모두 실상을 이야기하고 반야를 드러
내는 것으로 파악하는 스님이다. 여기에는 스님의 직관적 자연 관조를 기
조로 한 자연과 합일에 이른 선적 세계가 다분히 내재되어 있다.
차에는 부처님의 가르침[法]과 명상[禪]의 기쁨이 다 녹아 있고, 또한 차는
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