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0 - 고경 - 2020년 10월호 Vol.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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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성품에 삿됨이 없어서 욕심에도 사로잡히지 않으며 청정한 본래의 원천
           같은 것이라 하여 무착바라밀無着婆羅蜜로 부르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선사
           들은 ‘다선일미’라 하여 차를 다루는 일을 일상사로 여겼던 것이다. 성우 스

           님 역시 깨달음을 얻어 가는 수행과정에서 선다시禪茶詩로 마음을 맑히고 진

           여를 찾는다. 스님은 차 한 잔에 담긴 이로움과 의미를 이렇게 묘출하고 있다.

             한 잔의 차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한 잔의 차는 사람의 마음을 맑게 한다.

             한 잔의 차 속에 무량한 역사가 있고,
             한 잔의 차 속에 아름다운 향기가 있다.


             차는 그 자체에 참된 향기와 참 맛, 참 빛깔을 가지고 있어서 따스한 마음

           의 여유와 맑은 마음을 갖게 한다. 맑은 차 한 잔을 마시며 느껴지는 오묘한
           선열을 노래하고 있는 이 시에는 스님의 청허한 수행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비록 차를 한 잔 마시는 것이지만, 모두가 자신의 깊은 선심禪心을 드러내는

           일이다. 중국 송대의 대문장가 황정견은 “고요히 앉은 곳에서 차를 반이나

           마셨는데 향은 처음이나 다름없고 / 차 마신 기운이 오묘하게 작용할 때 물
           흐르고 꽃이 핀다[靜坐處茶半香初 / 妙用時水流花開]”라고 하였다. 아무도 없는
           적정처寂靜處에서 차를 마심으로 얻는 이로움은 스스로를 반조할 수 있는 여

           유를 가질 뿐만 아니라 타인과 함께 나누어 마심으로 얻는 즐거움이다.

             이규보는 “향기로운 차는 참다운 도의 맛”이고 “한 잔의 차는 바로 참
           선의 시작”이라고 했다. 그래서 선사들은 차를 준비하고 향유하는 전 과정
           을 통해 법희선열法喜禪悅을 맛본다고 하였다. 결국 차를 마시는 마음은 평

           상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차를 마시면 귀로는 골짜기의 냇물소리와 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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