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5 - 고경 - 2020년 10월호 Vol.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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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감각 소여(感覺所與, Sensedata)
라는 것이다. 예컨대 차를 마실 때 느
끼는 차 맛이나 책상 위 흰 천을 볼 때
아는 흰 색이 모두 현량이다. 이렇게
감각할 때는 무엇이 차 맛이고 흰 색
인지 전혀 모르며, 단지 미각과 시각
에 의해 획득한 차 맛, 또는 흰 색의
감각이 있을 뿐 차 맛, 또는 흰 색에
함축된 의미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량은 단순히 감각 자료만
얻을 뿐 그 함축된 의미나 추상적 개
사진 2. 1980년의 양수명.
념을 얻을 수 없으므로, ‘체體를 얻지
만 의義를 얻지 못한다’고 한다. 유식에서는 이를 ‘무분별’, 또는 ‘자성분별’
이라고 구분한다. 차 맛을 느끼거나 흰색임을 아는 것은 ‘자성분별’이라고
하고, 감각할 뿐 그것을 전혀 모르면 ‘무분별’이라고 한다. 그런데 직관의
경우에는 당연히 차 맛을 느끼거나 희다는 뜻을 가지게 되므로, 직관과 현
량이 다르다는 것이다.
비량比量 역시 직관과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다. “직관으로 얻어지는 내
용은 ‘본능으로 얻어지는 것’이어서 이러한 뜻을 얻으면 원만 구족하여 조
금도 부족함이 없다. 직관은 유식학에서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베르그송
의 ‘지속’, ‘유동’, ‘진아’와 같은 것들이 모두 유식학에서 인정할 수 없는 것
이다. 유식학은 현량과 비량만 승인할 뿐이다. 유식학은 베르그송이 극력
배척하는 이지의 방법, 과학자들이 쓰는 방법과 다르지 않은 방법을 쓴다.”
양수명은 비량이 오늘날 말하는 이지理智로, 심리적인 면에서 인식을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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