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7 - 고경 - 2020년 11월호 Vol.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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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는가 아니면 이익을 주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누구든지 자신에게 이익
을 주는 대상은 선하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을 괴롭히고 해악을 끼치는 대
상은 악으로 규정한다.
이처럼 자기를 중심으로 설정한 선악은 나와 남을 구분 짓는 분별적 인
식을 강화하고,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는 관계를 형성한다. 육조혜능 대사
가 “선도 생각하지 말고 악도 생각하지 말라[不思善, 不思惡].”고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선악이라는 생각은 마음이 만들어내는 허구이기 때문에
그것에 집착할수록 대립은 격화되고, 갈등은 깊어지기 때문이다.
불교사상의 핵심은 연기緣起와 무아無我이다. 나와 너를 비롯해 모든 존
재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에 ‘나’라는 독자적 실체란 없다는 것이 붓다의
깨달음이다. 그래서 성철 스님 역시 자기중심적 집착을 내려놓고 ‘남을 위
해 기도하라’고 가르쳤다. ‘나’라는 자기중심의 울타리를 넘어서 에고에 대
한 집착을 극복해야만 모두가 행복해 진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불교에서 선악의 기준은 내가 아니라 상대방이 된다. 나를 중심으로 선악
을 구분 지으면 대립과 갈등이 깊어지지만 상대를 중심으로 선악의 기준
을 설정하면 각자 자아의 울타리를 해체하고 함께 어우러지는 화합의 공
동체를 이루게 된다.
이런 이유로 인해 유식학에서 말하는 선심소善心所, 즉 착한 마음작용
역시 다른 생명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고 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다른 생명을 해치지 않고, 그들을 이롭게 하는 것이 선한
마음이며, 자비의 실천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불교의 실천윤리는 자비慈
悲의 실천으로 구체화된다. 자비는 다른 생명을 존중하고, 다른 생명의 고
통에 대해 공감하고, 그들이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이타적 마음이다.
이와 같은 자비를 실천하기 위해 모든 불교의 계율은 첫 번째 조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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