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1 - 고경 - 2021년 1월호 Vol.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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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구원을 구하지 말고 회광반조廻光返照하여 자신을 보라고 한다. 인
            도의 전통종교 브라마니즘에서는 인간은 업에 의해 결정되는 존재로 보았
            지만 부처님의 삶은 ‘하늘 위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는 당찬 선

            언과 함께 시작한다. 이는 그 어떤 형이상학적 존재 앞에도 주눅 들거나

            기죽지 말고 당당한 주인공으로 살아가라는 선포이기도 하다.
              같은 맥락에서 육조혜능 대사는 믿음의 대상을 밖에서 찾지 말고 자신
            의 내면에서 찾아야 한다고 설법했다. 우리가 믿고 의지해야할 삼보는 외

            부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있다는 것이다. 자성 속에 있는 삼보라는 뜻

            에서 ‘자성삼보自性三寶’ 또는 어떤 고정된 형태로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해
            서 ‘무상삼보無相三寶’라고 했다. 나아가 『육조단경』에서는 ‘자신의 내면에 있
            는 부처님을 믿지 못하면 귀의할 곳이 없다[自佛不歸 無所依處]’라고까지 했

            다. 이렇게 보면 불교는 자존自尊의 종교이자 스스로 지존至尊이 되는 가르침

            임을 알 수 있다. 인간에게 무한한 신뢰를 주고, 스스로 자존감을 갖고 문제
            를 해결하고, 당당한 주인공으로 살아가게 인도하는 가르침이 불교이다.
              그런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왜곡되어 스스로 교만하고 타인을 멸시한다

            면 그것은 외부에 있는 어떤 초월적 존재에 의지하는 것보다 더욱 문제가

            된다. 자존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과신이나 타인에 대한 우
            월감에 빠지지 않고 남을 존중하는 겸손함이다. 겁 많은 강아지가 사납게
            짖는 것처럼 자존감이 결려된 사람일수록 겉으로 거만하게 행동하는 경향

            이 있다. 이렇게 보면 교만은 자존감의 결핍을 감추기 위한 위장막임을 알

            수 있다.
              유식학에서는 여섯 가지 근본번뇌 중에 ‘만(慢, māna)’을 포함시키고 있
            는 것도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만은 교만 또는 오만을 의미하는데 겸

            손하지 못하고 자신을 높이고[高舉] 잘난 체하는 마음가짐을 말한다. 『성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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