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4 - 고경 - 2021년 1월호 Vol.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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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未獲謂獲]’거나, ‘증득하지 못한 것을 증득했다[未證謂證]’고 말하는 것
도 포함된다. 바르게 이해하지 못했으면서도 이해했다고 하거나, 깨달음을
얻지 못했는데도 깨달음을 얻었다고 주장하며 종교적 권위를 참칭하고 이
로부터 생기는 이득을 챙기는 행위는 모두 증상만에 속한다.
여섯째, 비만卑慢으로 자기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과 대비하여 자신의 부
족함은 조금밖에 되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他多勝謂己少劣]이다. 누가 봐도
자신보다 월등히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차이가 없는 것처럼 말
하며 자신의 부족함을 은폐하는 사례를 종종 본다. 주변을 돌아보면 훌륭
한 사람과 자신을 견주어서 “그도 밥 먹고 화장실 가고, 나도 밥 먹고 화
장실 가니 그나 나나 다를 것이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훌륭한 사람과 자신의 차이를 수용해야 스스로 향상하고자 노력하는 법
인데 차이를 무시하고 오만에 빠져 있으면 자신의 한계에 갇혀 퇴보하고
마는 법이다.
일곱째, 사만邪慢으로 실제로 자신에게 아무런 덕이 없는데도 덕이 있다
고 여기는 것[實自無德謂己有德]이다. 근거 없는 자존감을 뜻하는 근자감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덕이 없으면 없는 줄 바로 알아야 덕을 쌓
고 키울 수 있다. 그런데 자신에게 덕이 있다고 생각하면 부족한 자신의 현
실에 안주하여 자신을 망치고 만다.
“안으로 불성을 보되 밖으로 공경하라”
살펴본 바와 같이 교만은 자신의 성장을 가로 막고, 여러 가지 불화를
초래하고, 결국 갖가지 고통을 불러오게 된다. 때문에 당당한 자존감 못지
않게 중요한 덕목은 겸손과 타인에 대한 공경의 마음가짐이다. 『화엄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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