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고경 - 2021년 1월호 Vol. 93
P. 38

봉사라면 모름지기 눈뜰 생각을 간절히 해야 한다. 지긋이 눈감고 앉아
           검으니 푸르니 적절하니 부당하니 떠들어서 도대체 어쩌겠다는 것인가? 그
           런 봉사의 평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모름지기 견성해서 무심을 철저히 증

           득하는 공부에 힘을 써야지, 깨닫고 난 뒤의 일을 두고 이러니저러니 억측

           하거나 선지식의 경계를 평하는 일은 절대 삼가야 한다.


           【7-12】 ①곧 대사大死한 사람과 같            ✽ ①바로 크게 죽은 사람과 같아

           아서 기식氣息이 단절된 연후에 소               호흡이 끊어진 후에 다시 살아나면

           성甦醒하면,  비로소  확연廓然히 태             분명하게  큰  허공과  같음을  알아
           허太虛와 동일함을 알아야 바야흐로               비로소 ‘참다운 경지’[實地]를 밟는
           실지實地를 답착踏著하는 데 도달한               다. 이 일을 깊이 인식하고 한가로

           다.  차사此事를  심심철증深深徹證하             이 호호탕탕하게 아무 것도 모르고

           여  등한等閑에  탕탕무애蕩蕩無碍하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하듯이 이리
           여  백부지百不知하고  백불회百不               저리 두드려 견실해지면[築著] 곧바
           會하나니,  반드시  축착築著하게  되            로 잘 굴러간다. 다시 사물에 제압

           면  문득  녹록轆轆히  활전活轉한다.            되지 않고 장소에 묶이지 않아, 사

           다시는  물제物制도  없고  또한  방            용하고자  하면  곧바로  사용하고,
           소方所도  없어서  요용要用하면  편             행하고자 하면 곧바로 행하므로 이

           용便用하고  요행要行하면  편행便               것 이외 무슨 얻음과 잃음이 있겠
           行하는데, 다시 무슨 시비득실是非得              는가? 위로 통하고 아래에 철저하

           失이 있으리오. 상上으로 통투通透하              여 한 순간에 모든 것을 받아 섭수
           고 하下로 철저徹底하여 일시에 수               하며, 그릇되고 삿된 생각이 없는
           섭收攝하나니, 심현深玄한 이 무심경              이런 경계에 어찌 쉽게 도달하겠는

           계를 어찌 용이容易히 이천履踐하며               가? 모름지기 한계를 뛰어넘는 큰



           36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