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4 - 고경 - 2021년 2월호 Vol. 94
P. 134
업業에 따른 인과응보나 윤회에 대하여 말했는지, 새로운 기복신앙을 말
했는지, 아니면 중국어로 번역된 불경의 지식을 전파하였는지, 아니면 그
야말로 왕족과 귀족, 지식층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더라도 신라가 지식과 철
학이라는 것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일까.
중국에서는 천하가 혼란하던 전국시대(戰國時代, BC 403-221) 때 지금의
산동반도山東半島 지역을 중심으로 한 제齊나라에서 수도 임치臨淄에 직하
학궁稷下學宮이 만들어지고, 기라성 같은 천하의 지식인들이 모여 순우곤
(淳于髡, BC 385-BC 305경), 맹자(孟子, BC 372-BC 289 추정), 장자(莊子, BC 369-
BC 289경), 고자(告子, ?-?), 추연(鄒衍, ?-?), 노중련(魯仲連, BC 305-BC 245 추
정), 순자(荀子, BC 298-BC 238경), 한비자(韓非子, BC 280?-BC 233) 등 백가쟁
명으로 서로의 지식과 철학을 논하고 체계화시켜 가던 때가 기원전 4세기
와 3세기 시대에 있었던 일이니, 아도 화상의 이런 일이 있은 때로부터 대
략 700여 년전 일이다.
플라톤(Platon, BC 427-347)이 「국가Politeia」와 「법Nomoi」을 쓴 때가 기원
전 4세기이고 그 후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322)가 「정치학
Politika」을 쓴 때도 그 시대였다. 그 간에 한반도에 살던 사람들은 어떤 사
람들이며, 무엇을 생각했고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더해 감은 어
쩔 수 없다. 태조산 중턱에서 눈앞으로 펼쳐진 산하를 바라보며(사진 9) 인
간의 삶과 아직도 ‘국가의 실패’가 계속되는 이 나라에 대해서 또 생각해보
았다. 지금까지 ‘좋은 나라’에 대해 탐구해온 헌법학자인 나는 솟아나는 여
러 의문들로 머리가 여간 복잡하지 않았다. 도리사에서 머리가 복잡해지
다니, 참으로 구제하기 어려운 중생이로다.
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