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5 - 고경 - 2021년 3월호 Vol.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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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물성을 다하면 천지가 참여하여
도가 이루어진다. 점수의 극치가 이루
어지면 지극한 정성으로 모든 것을 변
화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중용』
의 ‘중中’을 불교의 ‘적寂’에 대응하여 파
악하였다. 이러한 해석은 송명 성리학
의 여대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주자
가 받아들이지 않았던 다른 해석에 근
거한 것이었다.
사진 1. 구양경무.
구양경무는 유학의 핵심을 심학心
學으로 보았다. 리를 중심으로 하는 성리학이 아니라 심을 중심으로 하는
양명학을 유학의 종주로 파악한 것이다. 그러나 공자의 심학이 따로 전
하지 않기 때문에 불교의 『반야경』을 연구하여 공자 사상의 한 단면과
연관시키고자 하였다. 그는 우주 만유는 ‘일심一心’에 의거한 것이고, 이 일
심이 바로 ‘본심本心’이라고 하였다. 나아가 그 본체의 모습은 ‘고요함(寂)’이
고, 그 공용의 모습은 ‘지혜롭다(智)’고 형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반야
경』에서도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마음을 밝히는 것, 명심明心을 말하였고,
공자 역시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마음을 밝히는 것, 명심을 말하였다고
하였다. 공자가 고대의 소 음악을 듣고 감동을 받아서 “음식을 먹어도 단
맛을 몰랐고, 음악을 들어도 즐거운지를 몰랐다”고 한 에피소드를 구양경
무는 불교적으로 해석하였다. 이는 모든 것들이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임
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하였고, 바로 마음을 밝히는 명심에 해당한다고 하
였다. 단지 양명학에서는 심학이 맹자에서 시작되었다고 본 데 대하여, 구
양경무는 맹자는 과정이었을 뿐 심학은 실제로는 공자에서 시작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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