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8 - 고경 - 2021년 3월호 Vol.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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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본체와 현상, 진여와 현상, 법성과 법상을 일치시켜 봄으로써 모든 중
생의 불성을 확신하는 보편적인 구원을 주장하는 것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내용이다. 그리하여 구양경무는 법상과 법성을 구분하고 진여를 절대적으
로 초월적인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에게 진여는 생성 소멸되지 않는 절
대적인 실체이고, 진여와 지혜는 서로 차원이 다른 영역에 속한다. 그는 진
여의 절대성을 강조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이처럼 유식학의 유행은 중국 근대라는 당시의 지적 분위기와 연관된다.
서양 문화의 충격으로 전통 철학을 반성하게 되는 지성적인 분위기에서 지
식인들은 지적인 이해가 없는 신앙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였고, 신앙을
강조하지 않는 따라서 완전히 대조적인 성격의 유식학에 끌렸던 것이다. 이
러한 시대적 분위기에 구양경무가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그의 마음속에
서 정주 성리학에서 양명학으로, 다시 불교, 그 중에서도 유식학으로 사상
적 입장이 변화해갔던 과정, 그리고 양문회라는 한 스승을 만나 실천한 일
들이 그 영향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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