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7 - 고경 - 2021년 3월호 Vol.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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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무가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에 기초를 놓았고, 당시 거의 모든 지식인
들은 유식학에 열광하고 연구에 몰두하였다. 그리하여 철학적 논리 체계
에 비중을 둔 유식학을 연구한 지식인들은 중국 전통의 깨달음에 기반을
둔 종교성을 강조하는 전통불교적 시각과 대치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1920
년대 이래 유식학와 전통불교인 『대승기신
론』 중에서 어느 것을 진정한 불교로 볼 것
인가 하는 논쟁이 생겨나게 되었다.
구양경무와 남경 지나내학원 학자들이
유식학의 입장에서 『대승기신론』을 비판하
는 대표적인 인물들이었다. 구양경무가 『유
식결택담』을 지었던 것도 『대승기신론』의 진
여와 무명의 관계를 반박하기 위한 것이었
다. 구양경무와 내학원 학자들은 인도 유
식불교의 입장에서 『대승기신론』이 인도 불
『歐陽竟無著述集』,
교, 특히 유식학의 정신과 다르므로, 『대승 北京: 東方出版社, 2014.
기신론』이 대승불교의 참된 계승이 아니라
소승 불교, 또는 외도外道의 학설이라고 판정하였다.
구양경무를 중심으로 한 내학원 학자들이 『대승기신론』을 비판한 이유
는 한편으로는 인도 불교의 본래 정신으로 되돌아가려는 것이고, 다른 한
편으로는 유식학의 이성적이고 사변적인 논리 정신으로 당시 서양 철학의
유입에 대응하려는 것이 의도였다고 여겨진다. 유식학은 본체와 현상, 진
여와 현상, 법성과 법상을 구분하는 것이 해탈의 목표를 분명히 하게 되어
구원에 이를 수 있다고 봄과 동시에, 분석적, 과학적 방법을 택함으로써
신앙에 의한 구원을 저평가하게 되었다. 즉 유식학의 입장은 『대승기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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