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고경 - 2021년 3월호 Vol.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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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철하였어도 공이투공안부득恐你 구시켰으며, “서로 따른다.”는 공안
透公案不得이라 하였으니, 기외其 에서 분명하게 깨달았어도 “그대가
外는 갱론更論할 필요도 없다. 설사 공안을 철저하게 꿰뚫지 못했을까
8지 이상에서도 공안의 낙처落處는 두렵다.”고 원오가 말했으니, 나머
망연부지茫然不知하여 구경정각을 지는 다시 말할 필요도 없다. 설사
성취하여야 요지了知하는 것이니, 8지 이상에서도 공안의 귀착점을
역시 불의언구不疑言句하면 시위대 알지 못해 궁극의 올바른 깨침을
병是爲大病이니 참학고사參學高士는 증득해야만 공안의 귀착점을 분명
만세萬世의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 하게 안다. 역시 언구를 의심하지
않는 것이 큰 병이니 참선 수행하
는 수행자들은 (이를) ‘영원한 가르
침의 거울’로 삼아야 한다.
【강설】 오매일여의 무심경계에 들어서는 언구를 의심하지 않음이 큰 병이
니 참학參學하는 납자는 만세의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 “한 생각도 일어나
지 않고 앞뒤가 끊어진 무심경이 되었는데 다시 공부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고 생각하겠지만 그때의 제일 큰 병이 공안 즉 화두를 참구하지 않는 것
이다. 왜냐하면 7지·8지의 경지에 이르러도 공안을 모르고 화두를 타파하
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심경이 되니 자유롭고 편안하다.” 하며 스
스로 옳다 여기면 영원토록 외도가 되고 만다. 대혜 스님 역시 마찬가지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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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오매일여의 쇄쇄낙락灑灑落落 한 경지가 되었지만 원오 스님으로부터
죽기만 하고 살아나지 못한다는 꾸중을 들었다. 그래서 다시 유구무구 화
두를 참구하였는데 마치 개가 기름 솥을 대하듯 이렇게 할 수도 저렇게 할
수도 없는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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