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4 - 고경 - 2021년 5월호 Vol.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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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져 죽은 뒤 처참한 곳, 불행한 곳, 파멸처, 지옥에 태어나는 것을 의미한
다. 그러나 금생과 내생에 받게 되는 허물을 두려워하는 자는 반드시 모든
허물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 붓다의 가르침이다.(AN.Ⅰ.47-49)
출가자가 갖추어야 할 두 가지 법은 ‘부끄러움(hirī, 慚)’과 ‘창피함(ottappa,
愧)’이다. 이것을 ‘양심’과 ‘수치심’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빨리어 히리hirī와 옷
땁빠ottappa 둘 다 ‘부끄러움’이라는 뜻이다. 한역에서는 참괴慚愧로 번역한
다. 반대로 자신의 행위에 대해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것, 즉 ‘부끄러움 없
음(ahirīka, 無慚)’과 ‘창피함 없음(anottappa, 無愧)’이 있다. 『앙굿따라 니까야』
에서는 부끄러움과 창피함이 있음을 흰색에 비유하고, 부끄러움 없음과 창
피함이 없음을 검은색에 비유했다.(AN.Ⅰ.49-51)
자신의 잘못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는 자는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자는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 특히 과대망상증 환자는
사실보다 과장하여 터무니없는 헛된 망상 속에 살기 때문에 자신의 행위에 대
해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 정치인과 종교인 중에 과대망상증 환자가 많다.
『바리야-숫따(Bhariyā-sutta, 婦人經)』(AN2:1:9)에서는 ‘부끄러움과 창피함’
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비구들이여, 두 가지 밝은 법이 있으니,
그것은 세상을 보호한다. 무엇이 둘인가? 부끄러움과 창피함이다. 비구들
이여, 만약 이러한 두 가지 밝은 법이 세상을 보호하지 않았더라면 [나의] 어
머니라고 혹은 이모, 외숙모, 스승의 부인, 존경하는 분의 부인이라고 [존경
심으로 대하는 것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세상이 뒤범벅이 되었을 것이다. 마
치 염소, 양, 닭, 돼지, 개, 자칼처럼. 비구들이여, 이러한 두 가지 밝은 법이
세상을 보호하기 때문에 [나의] 어머니라고 혹은 이모, 외숙모, 스승의 부인,
존경하는 분의 부인이라고 [존경심으로 대하는 것을] 본다.”(AN.Ⅰ.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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