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5 - 고경 - 2021년 5월호 Vol.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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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에서 붓다는 인간사회의 윤리·도덕의 기초가 바로 ‘부끄러움과 창피
             함’임을 밝히고 있다. 만약 인간에게 부끄러움과 창피함이 없다면 짐승과
             다를 바 없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부끄러움과 창피함이 있기 때문에

             사회질서가 유지된다. 그러나 짐승들은 오직 본능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윤리나 도덕이 성립되지 않는다. 이를테면 자기를 낳아준 어미나 자식 혹은
             형제간에도 짝짓기를 한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갖고
             있지만, 간혹 부끄러움과 창피함이 없는 인간이 나타나 사회질서를 무너뜨

             린다. 만약 부끄러움과 창피함이 없는 자가 승가에 합류하게 되면 그 폐해

             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따라서 승가에 입단하고자 하는 자가 있다면, 먼저
             그의 정신상태가 올바른지 반드시 검증해야 할 것이다.
               『앙굿따라 니까야』의 「둘의 모음」에서는 ‘두 가지 힘’을 제시하고 있다. 이

             경우에는 둘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 아니고, 둘 모두를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발라-숫따(Bala-sutta, 力經)』(AN2:2:1)에 의하면, 두
             가지 힘이 있다. 이른바 숙고paṭisaṅkhāna의 힘과 수행bhāvana의 힘이다. 숙
             고의 힘이란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나쁜 행위를 저지르면 금생이나 내생에

             그 과보를 받는다. 이와 같이 생각하여 몸과 입과 뜻으로 나쁜 행위를 저지

             르지 않고 좋은 행위를 닦아서 자신을 청정하게 만든다. 이것을 일러 숙고의
             힘이라 한다. 수행의 힘이란 [일곱 단계의] 유학有學들의 [지혜의] 힘을 말한다. 왜
             냐하면 유학의 힘을 얻어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버리고 불선법을 행하

             지 않고 악을 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을 일러 수행의 힘이라 한다.(AN.Ⅰ.52)

               한편 이 경에 대응하는 『잡아함경』 제26권 제661경에서는 ‘생각하는 힘[數
             力]’과 ‘닦는 힘[修力]’으로 나타난다. ‘생각하는 힘’이란 택력擇力이라고도 하는
             데, 곧 사고하는 힘을 말한다. 즉 거룩한 제자가 혼자 고요한 숲 속이나 나

             무 밑에서 ‘몸으로 현세에 나쁜 짓을 하면 후세에 나쁜 과보를 받는다.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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