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고경 - 2021년 6월호 Vol.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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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카리야 가이텐은 1867년 도쿄 서쪽 무사시노(현재 사이타마현)의 불교
집안에서 태어나 10세의 어린 나이에 출가하였다. 1887년 조동종 대학
림(지금의 고마자와 대학의 전신)을 졸업하고 다음 해에 도쿄 제일고등중학
교(제일고등학교)에 입학했다. 1891년 24세에 게이오의숙 대학 문학부에
진학하여 불교학과 근대학문의 실증주의 연구방법론을 배웠고 영어도 익
혔다. 그 결과 첫 번째 저작으로 낸 것이 조동종의 수행법과 깨달음을 영
어로 쓴 Principles of practice and Enlightenment of the Soto Sect
였다.
누카리야는 에도시대의 천재 사상가로서 32세에 요절한 도미나가 나카
모토의 『출정후어』(出定後語, 1745)를 간행하기도 했다. 이 책은 초기불교부
터 대승불교까지 불교 경전의 성립과정을 역사적으로 이해하면서, 모든 경
전은 부처가 직접 설한 가르침이라는 기존의 통념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았
다. 불교의 탄생과 전파, 경전의 출현 순서를 실증적으로 규명하는 것은 근
대불교학의 중요한 연구 과제였는데, 도미나가는 150년이나 앞서 이 문제
를 과감히 꺼내들었던 것이다. 일본 근대 불교사학의 기반을 다진 무라카
미 센쇼는 『대승불설론비판』(1903)에서 ‘대승비불설大乘非佛說’은 교리의 문
제가 아닌 역사의 문제라고 선언했다. 당시 대승비불설은 학계의 큰 호응
을 얻었는데, 누카리야도 대승의 가치를 재검토하면서 비판 정신에 입각한
불교 근대화를 꾀하려 했던 것이다.
1900년에는 태국 왕실이 부처의 진신사리를 일본에 보냈는데 이때 누카
리야는 난조 분유와 함께 태국에 다녀왔다. 난조 분유는 1876년 영국의 비
교종교학자이자 인도학자인 막스 뮐러에게 유학하여 실증적이고 객관적
방법론을 추구하는 근대불교학을 일본에 처음 전해온 인물이다. 누카리야
는 1901년에 조동종 고등중학교의 교장이 되어, 학생복을 승복에서 기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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