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6 - 고경 - 2021년 6월호 Vol.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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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보였으며 『달마와 양명』(사진 2) 같은 흥미로운 제목의 저술도 냈다. 나
          아가 물리학과 생물학, 천문학 등 자연과학에도 관심을 가져서 불교와의
          비교 연구를 행하기도 했다.

           누카리야 가이텐이 자신의 학문적 역량을 모아 한국불교의 선과 교의

          사상적 전개를 개설한 책이 바로 『조선선교사』이다. 그는 1929년 여름에 한
          국을 방문하여 사찰과 사적을 조사한 후 자료를 모으고 자문을 얻어서 다
          음 해에 『조선선교사』(사진 3)를 출간했다. 그런데 그와 한국불교와의 인연

          은 그로부터 20년 앞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시대 선종을 대표하는 저

          작인 청허 휴정의 『선가귀감』을 일본어로 번역하여 1911년에 『선가귀감강
          화』를 펴낸 것이다. 『선가귀감』은 일본에 전해져 1630년대와 1670년대에 5
          번이나 간행되었고, 코린 젠이의 『선가귀감오가변』을 비롯해 주석서도 2종

          나올 정도로 에도시대에도 중시된 책이다. 누카리야는 이처럼 한국불교

          관련 역서와 저술을 냈고 고마자와 대학에서 조선불교사를 강의하는 등
          일본에서 한국불교 연구의 초석을 놓은 인물이었다.
           『조선선교사』는 꼼꼼한 사료 비판과 해석, 문제의식과 통찰 면에서 당

          시는 물론 이후에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역작이다. 구성을 살펴보면 1

          편(삼국) 교학전래의 시대, 2편(통일신라) 선도흥륭의 시대, 3편(고려) 선교병립
          의 시대, 4편(조선) 선교쇠퇴의 시대로 되어 있다. 그런데 책의 일부 내용과
          그 안에 담긴 저자의 시선에는 한국불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내포되어

          있다. 누카리야는 『이조불교』를 쓴 다카하시 도루와 마찬가지로 한국불교

          를 중국불교의 아류로 보고 그 사상적 독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가 선
          교쇠퇴의 시대로 명명한 조선시대 불교에 대한 서술도 사상적 측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고 현세이익적 기복신앙이 중심이 된 것으로 파악했다.

           무엇보다 누카리야는 일본 조동종 승려 출신으로 종립대학인 고마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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