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8 - 고경 - 2021년 7월호 Vol.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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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으로써 경험하는 것이니, 지금 여기서 눈앞에 놓인 차 한 잔을 그저 편
          안하게 마시라는 뜻인지도 모릅니다. 불법은 가능태가 아닌 현실태로 이미
          눈앞에 완전한 상태로 있다는 뜻인지도 모릅니다.

           아이고! 공안에 대한 해설은 우리들의 분수가 넘는 일입니다. 해설은 없

          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말씀이 예로부터 있었습니다. 작은 지식이 큰 지혜
          를 가리기 때문에 종종 아는 사람이 더 어두워지기 쉽습니다. 그냥 저잣거
          리 담벼락에 낙서한 글도 읽다 보면 사람의 마음에 섬세한 울림을 줄 때가

          있습니다. 쿤밍의 어느 찻집 담벼락에 갈겨 쓴 낙서입니다.



              “옛날이 좋았지
              아부지 따라 차 먹으러 가던 때가

              찻집 문 앞에서

              조개껍질 비비며 흙장난하던 때가”
                                          7)

           인생은 때로는 한 잔의 차가 주는 따스함의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따뜻

          한 차로 말미암아 추억은 또 얼마나 따뜻해지는 걸까요. 이처럼 ‘일상을 따

          뜻하게 데워주는 차’, ‘평범한 차’가 차의 이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노인
          이든 젊은이든 기본적인 고뇌에서 해방되면 사람은 티미해집니다. 사회에
          서 볼 때 있는 듯 없는 듯 보이지 않는 존재라 할지라도 자신만의 보폭을

          잃지 않고 평범한 얼굴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어깨

          에 힘을 빼고 차 한 잔 마시며 녹진하게 인생을 써내려가는 필묵이 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7) 왕증기, 『맛 좋은 삶』,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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