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7 - 고경 - 2021년 7월호 Vol.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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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마시게!’ 하셨다.”   4)


               조주 스님은 가난한 절이라 맛이 별로 없는 일상 차를 주며 오직 ‘끽다

             거’라고 말했을 뿐입니다. ‘끽다거’라는 말 자체도 일상에서 늘 주고받는 평

             범한 일상용어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일상용어로 화두를 던졌기 때문
             에 세 사람 가운데 누구도 그 말뜻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조주가 남
             긴 ‘끽다거’의 의미는 심원하고 다양하지만 그냥 평범한 일상용어로 받아

             들인다 하더라도 그 의미가 얇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조주의 스승이었던

                                                              5)
             남전의 ‘평상심이 도’라는 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조주는 불법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
             웠던 것입니다. 부처님을 구하고 하나의

             경계를 구하느라 잔뜩 긴장하고 있는 사

             람들에게 너무 긴장하지 말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차나 한 잔 하라고 말한 것입니
             다. 정말로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만 있다

             면 그 경계가 바로 보리입니다. 갈구하는

             마음이 잠시 쉬면 그것이 곧 보리라는 걸
                                            6)
             깨우쳐 주려 한 것인 지도 모릅니다.
               살아 있다는 느낌은 ‘지금, 여기에’ 집중               사진 2. 차 한 잔.







             4)  『五燈會元』 卷四 「趙州喫茶」, “師問二新到, ‘上座曾到此間否?’ 云: ‘不曾到.’ 師云: ‘喫茶去.’ 又問那一
               人: ‘曾到此間否?’ 云: ‘曾到.’ 師云: ‘喫茶去.’ 院主問: ‘和尙! 不曾到敎伊喫茶去, 卽且置. 曾到, 爲什麽,
               敎伊喫茶去?’ 師云: ‘院主!’ 院主應諾. 師云: ‘喫茶去.’”
             5) 『無門關』 第十九則, “南泉, 因趙州問: ‘如何是道?’ 泉云: ‘平常心是道.’”
             6) 『楞嚴經』, “狂性自歇, 歇卽菩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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